나의 인생 이야기 5편

나의 인생 이야기 5편

오늘은, 어느 독자분이 이쯤해서 결혼스토리를 한번 넣어보라고 하셔서 하나 넣습니다.

저는 남자만 4형제중 장남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남자만 넷인 집안, 얼마나 썰렁하겠습니까?
그리고 여자들의 심리, 속성 이런거는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지요.

30이 다 되도록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보고 있는데 하루는, 저하고는 딴판이고, 체격도 크고,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같은 성격의 동생이 뚜벅뚜벅 걸어와서 한마디 합니다. 동생은 육사를 가서 동기회장을 하고 초급장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생에게는 벌써 사귀는 애인이 있었습니다.

"형님! 형님이 애인을 구하시던, 못 구하시던, 우리는 정확히 오늘부터 딱 1년후에 결혼을 합니다. 더는 못기다리오니 알아서 하십쇼!"

하고는 차려자세로 거수경례를 딱 부치고 나갑니다.

나는 속으로...  "괘씸한 것 같으니라구...  "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사회 통념은 "형제중 윗사람이 먼저 결혼을 해야한다." 였습니다.

알고 지내시던 대학 은사님마저, "형이 먼저 결혼을 해야한다." 고 하십니다.

하! 이것참 큰일입니다.
1년안에 애인을 구하고 결혼을 한다?
이건 거의 미션 임파시블입니다.

장교로 군복무하고 대학원도 다니고 좋은 미국인회사에 다니는 소위 괜찮은 신랑감이지만 장남이라는 꼬리표가 점수를 깎은데다가, 결정적인 거는 여자에 대해 너무 아는게 없어서...

선을 봐서 만나도 이쁜여자일수록 더 떨리고 양식집에서 포크를 떨어뜨리기 일 수 였습니다.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이거 혹시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거 아니야?" 하면서 서점으로 가 보았습니다.

쭉 훓어보는데, 딱 "여성 심리학" 이란 책이 눈에 띱니다.

"어! 혹시 저거 때문에?"

하면서 책을 사서 집에 가지고 와 읽어보았습니다.

일본사람이 쓴 그리 두껍지 않은 책 이었는데, 책 첫장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여성 심리는 남성과 다르다. 여성심리를 모른다는 것은 인류의 반를 잃은것과 같다."

나는 "호~ 이런것이~" 하면서 한장 한장 넘겨 잃었습니다.

그책에 쓰인 여성들의 심리는 제가 생각했던거와 너무나 틀렸습니다. 그 책에는 "여성들이 화장을 하는것은 자존감의 확인 작업이다. 그들은 무인도에서도 화장을 한다. 남성들이여 착각하지 말라!"

"남자들은 어떤 사안을 판단할때 대체로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지만 여성들은 대체로 좋다, 싫다로 판단한다."

"여성 앞에서 다른 여성 얘기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어머니얘기도 하지 말라! 큰일난다!"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가치는 미 이다. 남성들에게 다이아몬드는 한낱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여성들은 미의 관점에서 보기때문에 가치가 있는것이다. 남성들은 이를 이해하여야 한다."

"여성들은 모성애가 있다. 그녀가 만약 당신을 귀엽다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모든것을 얻은것이다."

"혼자 걸어가는 여성보다, 셋이 걸어가는 중의 한 여성에게 접근하면 훨씬 성사될 확률이 높다. 왜야하면 선택되었다는 자부심을 자극 할것이기 때문이다."

등의 주옥같은 진리(?)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이래서 그때 안됬었구나! 아, 그래서 그때 안됬었구나!"

하면서, 그전의 모든 실패의 원인들이 설명이 되었습니다.

책를 읽고 나니 조금 자신이 생겼습니다.

어느날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요리학원에 갔었는데 창문넘어 교실안에 한 아가씨가 내 눈으로 확 클로즈업 되면서 땅겨지는게 아니었겠습니까?

집에서 어머니에게 낮에본 아가씨에 대해서 설명을하고 소개를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나는 일본사람이 쓴 그책의 권고사항을 하나하나 시행하였습니다.

존대어보다는 보통말로 하는게 더 친근감 준다하여 두번째부터 그렇게 하였고, 정면에 앉는것 보다는 옆에 앉고, 그전에는 늘 어머님 얘기하던것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4살 연하인 그녀는 저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1. 피부가 희다.
2. 같은 종교이다(천주교).
3. 자수성가형이다.
그녀는 시골출신으로 어려서 아버지가 여자는 학교갈 필요없다 하여 고학으로 어렵게 어렵게 성장하여 같은 반도체업체에 다니고 야간에 대학까지 다닌...
양쪽 집안 모두 가진거 없고 철저히 우리들만의 힘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하 듯 하나하나 늘려 나갈수 있는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반면에 내가 선호하는 나와 반대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1. 나는 어려서 도시한복판에서 흙도 못밟아보고 자라, 시골출신 여성을 만나기를 원했습니다.
2. 성격이 심플, 단순 명료했습니다. 제가 좀 생각이 많고 복잡한 반면에...
3. 제가 좀 마른 체격이라 배우자는 약간 통통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질문하는 스타일을 보니 총기가 보였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사회활동을 좋아하셔서 집에 붙어 계실때가 거의 없으셨는데 저는 어머님과 반대 스타일의 여성을 찾았습니다. 이 여성은 출세지향적 여성이 아니어서 가정적일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사귀었고, 용기를 내어 프로포즈했고, 프로포즈를 수락하여 가까스로 동생 결혼 날짜보다 1주일 전에 결혼을 하게되었습니다.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삼촌께서는 극구 말리셨습니다.

"세상에... 보다 보다해도 이런 혼사는 없다. 기형아 네가 양보해라. 동생 먼저 보내고 너는 내년에 해!" 하셨습니다. 

나는 "절대 안됩니다!" 하고 우겼습니다. 어디서 그런 오기가 나왔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동생보다 1주일 전에 결혼식을 결행하였는데 집안 첫 결혼식에 하객이 몰리다보니 동생 결혼식에는 하객이 반정도 밖에 안오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동생에게는 형이 몹시 야속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자리를 빌어 그때 너무너무 미안하였다고, 철이 없어 그랬다고, 사과의 말 전합니다.

2020년 5월6일
토론토 자유의 기수